행복.

from 잡설 2005/12/02 14:56
눈을 뜬다. 다시 감는다.
신에게 감사한다. 또 하루를 주어서.
신을 저주한다. 저주받은 생을 하루 연장해 주어서.
처음 느끼는 현상이 나타나다. 난 혼자 있는데 내가 아닌사람과 대화를 하고있다.
샤프를 두번 가슴에 갖다 대어 본다. 내 이기적인 머리는 독단적인 행동으로 다른 몸에게 미움받고 있었다.
심장은 나에게 밖으로 시원하게, 피를 뿜어버릴수 있게 구멍을 뚫어달라고 애원한다.
손가락은 뼈를 토해내고 싶다고 애원한다.
내 눈은 이제 쉬고싶다고 애원한다. 내 입은 머리를 위해 먹기를 거부한다. 온 몸의 통각 세포들이 환호한다.
자신들이 일하게 되었으니. 머리는 자주 흔들린다. 흔들리지만 무너지지는 않는다.
이기적인 머리는 마지막 행복을 독차지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 동료들이 필요하다.
머리속에서 대화가 계속되고 있다. 마지막 자기방어 본능의 발견.
꼴불견. 추악함. 이기적. 미친놈. 누구보다 내게 더 어울리는 단어.
비참하지 않다. 비참한건 머리가 죽으려고 생각하는 이 고기의 마지막 순간. 오지 않을 순간.
가끔씩만 괴로울 선택의 여지가 없다. 내 몸과 느낌과 행동이 나의 것이 아닌것을 인지하기 싫다.
사그라들지 않는 분노와 괴로움은 향할 곳이 없어 슬퍼하며 나에게 안긴다. 불쌍한 녀석들, 내가 안아줄께.
덜덜 떨리는 손으로, 다 끌어안는 모습. 데자뷰.
스탠드는 내 손끝의 느낌에 죽음과 부활을 계속한다. 미안해.
항상 갱신되는 아픔의 상한선. 이왕이면, 최고까지 데려가봐. 내가 상상하지 못하는 그곳까지.

내가 완전히 남아있지 않은 세상.
내가 조금은 남아있는 세상.
내가 조금은 남아있게 될 세상.
내가 조금은 남아있던 세상.
모두 너무나 아름다운 세상.
모두 너무나 미쳐있는 세상.

오늘이 기쁜것은, 죽어도 되는 곳을 고르는 날.

오늘이 미치도록 행복한것은, 살아있다는것. 또다른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