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저물고 하루 일과를 마치고 돌아가는 군중들 속에 20대 중반의 청년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보인다. 언제나 그렇다는 듯 무표정한 얼굴로 '지하철'이라 부르는 사람 통조림 같은 것 속에서 기운없이 몸을 끄집어 낸다. 터덜터덜. 그렇게 십여 분이나 걸었을까, 다시 다른 통조림 속으로 들어간다. 차이가 있다면 아까의 것보단 짧고, 아래의 둥근 회전체가 네 개 밖에 없다는 것 정도. 어지간히 재미있는 일이 없는지 여전히 무표정으로 서서 움직이는 깡통에 몸을 맡겼다. 무섭지 않을까? 저런 강철 괴물의 뱃속에 들어가 있는데 말이다. 이내 그 괴물은 입을 다물고 굉음을 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왜 저런 괴물의 뱃속으로 스스로 들어가는 것일까. 소름이 끼친다. 한참을 가던 괴물이 멈추어 서더니 먹은 사람들을 옆구리로 토해내기 시작한다. 아, 저치들은 이럴 것을 알고 있었나 보다. 그 남자 역시 당연하다는 듯 걸어나와 근처의 자신의 둥지인 듯한 구조물로 들어갔다. 그의 표정이 조금은 편안해진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큰 변화는 없다. 식량을 보관하는 곳에서 약간의 음식을 꺼내어 방으로 향했다. 아까의 것은 식량을 차갑게 보존하기 위한 기계인 것 같다. 의자에 앉아 아까 꺼내어 온 것을 먹으며, 여기저기 지저분하게 널려 있는 물건들 사이로 많은 버튼이 달린 물체를 꺼내어 작동시킨다. 그 때, 처음으로 그의 표정에 당황한 빛이 스쳤다.
'이럴 리가 없어,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럴 리가..'
중얼거리는 것을 보니 뭔가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지금까지의 놀라운 것들을 보았을 때는 태연하던 그를 당황하게 만든 것이 무엇일지 궁금하다. 기계의 앞에는 그림이 살아있는 듯 움직이고 있었는데, 아마도 그 기계를 조작하는 중에 무언가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저 그림이 그렇게 대단한 것인가? 대체 어떻게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그를 당황하게 만든 것일까?
오늘도 역시 특별한 일 하나 없는 일상이었다. 좋은 일도, 그렇다고 딱히 나쁜 일도 일어나지 않은 그런 심심한 일상. 지하철로 통근을 하는 나는 이 시간대의 지하철 인파가 답답하기는 하지만 이제 익숙하다. 이어폰을 꼽고 별다른 생각 없이 있다 보니 어느새 내릴 때가 되었다. 십여 분쯤 걸어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여, 오늘도 여느 때와 같이 붐비는 버스를 타고 집으로 왔다. 출출함을 느껴 냉장고를 열어보니 다행히 요기할 거리는 있었다. 습관처럼 책상에 앉아 랩탑을 켜고 허기를 달래고 있을 때, 그것이 보였다. 이럴 리가 없다.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럴 리가 없다. 아니, 부정해도 내 앞에 보이는 그것은 사라지지 않았다.
지워도 지워도 박멸 불가능한 해충처럼 바탕 화면 가득 번식하는 아이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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